얼마 남지 않은 파리 생활. 원래는 베르사유에 갈려 했으나 별로 안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근교로 나들이나 가기로했다. 오랜만에 필름카메라를 챙기고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사서 동역으로 향했다. 아침의 동역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고요했고 그렇지만 활기찼다.
파리의 마지막 일정은 보르도에 가는거다. 사실 스페인에 갈려했으나 경비도 그렇고 프랑스의 시골마을에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동역에서 보르도를 가는 티켓을 끊고 프로뱅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렸다. 프로뱅은 나비고로도 갈 수 있는 곳이라서 선택한 이유가 크다. (나비고 뽕을 제대로 뽑겠다는 의지)
이 사진 뭔가 좋다. 아침 햇살이 내리는 동역. 이 날은 날씨가 너무 좋았다. 아침 일찍 나서서 피곤함에도 시시각각 바뀌는
바깥 풍경을 넉놓고 감상했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파리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다가왔다.
내릴 때 보니까 한시간? 좀 더 걸린거 같기도 하다. 프로뱅은 작은 동네라서 역에서 내리면 그냥 자연스럽게 어디로 가야할지
감이 온다. 그리고 사람들을 따라 걸으면 된다. 저 위에있는 성에 가기위한 길목에 위치한 프로뱅의 건물들은 낡았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동네인 듯 하다.
Tour Cesar로 올라가는 길인데 마치 비밀의 길 같다. 풀로 둘러 쌓인 작은 길은 파리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라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그곳을 걸을 때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있는 듯 했다.
파리도 높은 건물이 별로 없는데 여기는 아예 거의 단층이다. 집 외벽도 다 비슷하고. 재밌는건 곳곳에 잘 가꿔놓은 화단들이다.
분홍색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모습은 오늘 베르사유 대신에 프로뱅에 온 걸 다행이라고 여기게 만들었다.
Tour Cesar를 보고 데려가다가 본 뭉게 구름들. 구름 마저 예쁘다 이곳은. 점심은 아침에 사온 샌드위치를 먹고 프로뱅
동네를 더 구경하다가 3시 기차를 타고 다시 파리로 향했다. 오늘은 오샹에 가서 수제비 해먹을 재료를 살 계획이다.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왜 수제비가 생각났는지는 모르지만, 엄마가 해준 그 맛을 한 번 도전하겠다.
있을건 다 있다. 감자, 애호박, 양팍 그리고 다진 마늘까지. 준비는 완료했다. 아 반죽은 아침에 해놓고 나갔다.
이제 끓이면 되는데 육수도 없고 그냥 맹물로 도전이다.
결과는? 완전 완전 대성공. 대만족. 진짜 난 맛보고 요리천재인줄 알았다. 처음 끓인건데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나...?
요리해야되는거 아냐? 진짜 너무 맛있다. 계속 먹었다. 진짜 감자도 잘 익고 그래서 엄마한테 자랑했다. 내가 만든거라고
엄마가 잘 해먹고 다닌다고 걱정 없다고 했다. 부모는 자식이 80이되도 어린애 같다고 한다. 부모님의 사랑의 크기는 감히
헤아릴 수도 없다.
긴 여행이 점점 끝을 보인다. 긴 여행이라고 해서 많은 관광지를 다니고 맛있는 것을 매일 먹지는 못했다. 그 날 그 날 컨디션에 맞게 다니고 때로는 아무 것도 안하고 그렇게 지낸거 같다. 다시 파리에 올 때를 대비해서 몇개는 남겨두고 가는거다. 여행 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다 해야지라고 마음 먹기 보다는 조금의 여지는 늘 남긴다. 또 다시 찾아올 기회를 위해서. 지금은 집에 가고싶은 마음이 크지만 언젠가 다시 파리에 오고싶은 마음이 들 때를 위해서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지.
파리 한 달 살기_오르세 미술관 관람하기 (0) | 2019.08.26 |
---|---|
파리 한 달 살기_영화 <비포선셋> 따라 파리 여행 (3) | 2019.08.22 |
파리 한 달 살기_파리에서 요가하기 (2) | 2019.08.19 |
바르셀로나 교환학생#4, 바르셀로네타 해변에서 즐기는 법 (3) | 2019.08.16 |
파리 한 달 살기_마레지구에서 빈티지쇼핑 (2) | 2019.08.12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