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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한 달 살기_어쩌다파리

Article/Essay

by 큐레이터K 2019. 8. 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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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llette 

 

01. 어쩌다파리

"엄마, 나 파리에 갈거야." 통보로 시작된 약 두달간의 프랑스 여행기.


파리에 가기로 한건 꽤나 충동적인 일이였다.

친구의 여행 소식에 마음이 혹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무턱대고 비행기표를 먼저 끊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그 자리에서 바로 숙소도 예약했다. 그렇게 혼자서 모든걸 준비해놓고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파리에 간다고 말했었다. 엄마는 그때 당시 내가 너무 확고해보여서 차마 안된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때까지는 막힘없이 술술 진행되서 내 앞길은 꽃으로 가득한 줄 알았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나를 울게하고 웃게할지는 꿈에도 모른채, 그렇게 내 여행은 시작되었다.

 

2017년 6월 24일

드디어 파리에 가는 날이다. 여권, e-티켓, 돈 그리고 캐리어까지 완벽한 출발을 해서 엄마와 함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엄마는 의자에 앉아있고 난 체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승무원에게 여권과 티켓을 보여주고 완료되길 기다리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졌다. 예약 내역이 잘못되있다고 하는거다. 그때부터 내 머릿속은 엉망진창이 되었고 이러다 파리에 못가는 것이 아닌지, 혹은 돈이 와장창 깨지는게 아닐지 이런저런 무시무시한 생각들에 식은땀을 내리 흘렸다. 결국 나는 귀국 날짜를 이틀정도 늦추고 나서야 체크인을 완료할 수 있었고 항공사의 잘못으로인해 다행히도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됐다. 체크인부터 이렇게 힘들어서야 되겠냐는 엄마의 말에 갑자기 잘할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이 생겼지만 이미 물을 엎질러졌고 나는 파리에 가는 것이다. 

 

왜 프랑스로 온거야?

어쩌다 비행기표를 예매한것은 맞지만 사실, 파리행은 우연이 아니다. 교환학생을 프랑스로 지원했지만 결과는 탈락이였고 교환학생이 대학생활의 목표였던 나에게 그것의 탈락은 큰 상실감을 느끼게 하였다. 그래서 지금, 당장 프랑스에 가지 않으면 안될거 같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친구의 여행 소식이 불을 지폈고 그렇게 해서 난 파리에 오게 된것이다. 목표를 잃고 도망치듯 떠나온 여행은 늘 그렇듯이 녹록치못했다. 21살이였던 나에게 타지에서 혼자 지낸다는 것은 행복과 즐거움보단 인내와 고독이라는 감정의 해소를 떠넘겼다. 

 

그럼에도 다시 파리.

그러나 글을 쓰는 2년이 지난 지금 이순간에도 난 파리에 가고싶다. 내가 여느 여행지처럼 즐거움만 느꼈더라면, 행복했던 순간들만 떠오른다면, 이토록 파리를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생의 겁을 먹은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줬던 사람들과의 인연이 너무 소중해서, 그때 거기에 있었기에 경험할 수 있었던 특별한 추억들을 잊을 수가 없어서, 묵묵하게 견뎌내고 무사하게 다시 집으로 온 내가 너무 대견하기에 난 다시 파리에 갈 준비를 하고있다. 여행이 아니라 프랑스에 가고싶어. 나를 기억해주고 있는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싶어. 자주 가던 식당이 아직도 있나 궁금해. 혹시 그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등등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너무 많다. 

 

어쩌다파리는 완벽한 시작이 아니다. 

평생 한나라만 여행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고민없이 프랑스이다. 어쩌다가 아닌 무조건으로 변한 수식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억울한 마음이 컸던거 같다. 왜 나는 못가지란 생각에 겁도 없이 파리에 간거같다. 그럼에도 그 순간들을 기록하고 싶어서 2년전에 블로그에 올린 파리살아보기 글은 여전히 많은 이들이 찾아보고 있다. 완벽한 시작이란 없다. 그럼에도 아직도 망설이는 이들에게 앞으로 쓸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프롤로그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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